영풍그룹, 75년한지붕두가족‘흔들’…결말은고려아연독립?
두 가문, 19일주총서격돌
그룹핵심고려아연배당놓고갈등고려측“유증대상확대정관변경”영풍측“반대”…지배력강화의도동업관계해소계열분리가능성도
영풍그룹은 끝내 계열 분리 수순을밟을까. 오는 19일 계열사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 일가인 최윤범 회장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간장외전이 격화하고 있다. 고려아연은그룹 내 매출 비중 70% 이상, 영업이익약 80%를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로 영풍의실체나 다름없다. 사업방향을둘러싼 견해차로 시작된 장씨와 최씨 두집안의 싸움이 어떤 결말에 이를지 주목된다.
11일 재계에따르면고려아연주총에서양측이충돌하는안건은크게두가지다. 고려아연(최씨)은1주당결산배당을 5000원으로 제안했고 ㈜영풍(장씨·지주회사)은 이를 1만원으로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씨 측은 제3자 배정유상증자를할때그대상을기존외국합작법인뿐아니라국내법인도가능하게정관을바꾸는안도추진중이다. 물론장씨측은이에반대하는입장이다. ◆‘재계30위’기업일군동업깨지나
현재 두 집안이 벌이는 지분 싸움은겉으로 비치기에 서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것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그룹
최고알짜 회사인고려아연의경영권을누가 갖는지가이번갈등의핵심이라는게다수 시각이다. 과거 75년 동안이어온최씨와장씨의동업관계를해소하고계열 분리까지 갈 가능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회장이세운 합명회사 영풍기업사가 모태다. 창업이념은 ‘수출 산업과수출진흥을통한한국경제 재건’이다. 지하자원을 채굴, 수출해일제 식민 통치로 무너진 나라 경제를 일으키겠다는포부였다. 1960년대 본격적으로비철금속제련을시작한영풍은세계1위아연생산, 국내재계순위28위 기업이 됐다.고려아연을비롯해주요 계열사는영풍전자,영풍정밀,영풍문고등이다.
지금과 같은 체계는 1974년 고려아연을설립하면서태동했다. 이때만 해도그룹차원의의사결정은두창업회장이협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1981년 최기호 회장이별세하면서계열사 간 경영권이 이전됐다. 1989년 말에는이러한 작업이마무리돼고려아연은최씨가, 나머지는 장병희 회장 가문이경영하는지금모습이만들어졌다.
적어도 장병희 회장이 작고한 2002년까지는 두 집안이큰 잡음 없이 경영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분리이야기가 나온 것은 2019년 7월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면서다. ‘㈜영풍→고려아연→서린상사→㈜영풍’으로이어지는식이었는데 이를 끊어냈다. 당시 계열분리설에 대해 영풍그룹은 “추측일 뿐관련논의는없다”고일축했다.
지분 관계 정리 후 영풍그룹은 장병희 창업회장 차남인 장형진 고문이 실질적인 경영을 맡고 있다. 고려아연 측최윤범회장은 최기호 창업회장 손자이자최창걸명예회장의차남이다.
◆3세승계중불거진갈등
3세경영승계준비는장씨집안이좀더 빨랐다. 장형진고문은 2015년 계열사 사내이사직을내려놓으며아들인장세준 부회장(코리아써키트 대표)과 장세환 부회장(서린상사 대표), 조카장세욱 시그네틱스 부회장 등 3세에게 기업을 맡기는 듯보였다. ㈜영풍 최대주주는 지분 16.89%를 보유한 장세준 부회장이다. 그러나 장 고문은 최씨 집안과벌어진지분싸움에직접나섰다.
최씨집안에선최윤범회장이2022년말고려아연단독회장으로승진하며3세경영체제에접어들었다.집안내부적으론 최창걸·최창영·최창근계가 최윤범회장을뒷받침하는사촌 경영이이뤄지고 있다. 이들 사이에 고려아연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있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최윤범회장이신재생에너지, 이차전지, 자원 순환 등 신사업을 이끌며가문내에서자리를굳힌모양새다.
장씨집안은 2019년 지배구조개편과동시에3세로 지분 승계를대부분마쳤지만 경영권은 그렇지 못했다. 최씨 집안은 이와 반대로 경영권은 최윤범 회장이 쥐었지만 지분을 분점하고 있다.각 집안마다 풀어야 할 숙제가 있는 와중에집안 간 지분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양쪽 모두 일단 성(姓)이 다른 집안끼리문제를풀필요가있다.
영풍이 배당 증가와 3자 배정 유상증자 대상 유지를 주장하는 건 고려아연경영에본격적으로개입하겠다는의도로 읽힌다. 지주사로 현금 유입을 늘리고 최씨측의 ‘백기사’ 확보를 제한하면서고려아연에대한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고려아연의 움직임에서는‘당장은 오너로서영풍측을존중해주겠으나 장기적으로는 독립하겠다’는의도가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