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여론조사의허와실
지난 2월 하순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이중도 사퇴했다. 여론조사 기관이경쟁입찰에서탈락했다가 뒤늦게 추가되었다. 그 과정에서선관위외부인사가개입했다는의혹이나오자선관위원장은사퇴를발표하면서자신이 “허위보고를 받고 속았다”고 폭로했다. 공천관련여론조사는 필수적이다. 따라서어떤여론조사기관이 조사를 수행하는가 하는 문제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후보들은 공정하다고 인정받는 조사기관의결과라야 수용할 수있을 것이다. 그런데 선관위원장도 모르는 어떤기관이조사를 시행하고 그것이결과에영향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선관위원장은 자신을 ‘감투만 씌워놓은 들러리’였다고 느낄것이다. 그렇다면그는어떤판단을내려야 할까.상황을 모르는 척받아들이거나 혹은 사퇴하는두가지선택지에서결정해야 한다. 그는사퇴를 택했다. 건강상의이유로 그만둔다고 하면서도 당에누를 끼치지않으려그렇게말했다고덧붙였다.
몇차례공천심사위원경험
필자는 몇차례정당의공천심사위원을 한바있다.그중한번의기억을더듬어본다.모정당에서공천심사위원으로여론조사 전문가를찾는다면서필자를 찾았다. 여러차례고사했음에도정치9단들은거절할수없는이유와상황을만들어부탁했고결국수락할수밖에없었다.그래서맡은것이공천심사위원겸여론조사소위원회부위원장이었다. 위원장은여론조사에대해전혀알지못하는당내부인사였다.필자가공심위원겸여론조사소위원회부위원장으로서하는일은합리적인여론조사의‘규칙을만드는 것’이었다. 공심위에서우선1차심사를하고2배수 혹은3배수를추려서해당지역주민들을대상으로여론조사를하여후보를결정하는것이다.지역에따라공천을받으면당선이확실해서공천이즉당선인경우도 많다. 따라서후보들이여기에목숨을 거는 건당연하다.우선사회조사전문기관을매출액순서대로나열하고10곳에통보하여조사에참여하겠는가를묻고 선정하였다. 며칠뒤에당의사무직원한사람이찾아와서조사기관하나를추가해달라고 부탁했다. 그기관의대표는당에기여를 많이했던당원출신이고 조사에경험이많다고 했다. 당에대한기여도가 조사기관 선정에반영되려면사전에논의됐어야했고이미결정이끝난상태라서추가할수없다고답변했다. 공식적인절차에따라결정된사안이라사적인이해에의해번복하면안되는게상식이라생각했다.
여론조사소위원회에서조사의규정을 정하면서매우 상식적인 사항들을 반영하였다. 조사결과의검증을위하여결과중 10%를 무작위로 택하여사후조사한다는 것을 규정에넣었다. 마케팅조사에서 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위해 10%를 샘플로 뽑아 사후조사를하는것이 일반적이다. 그 당시는 안심번호라는 것이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사후조사가 더쉬웠다. 사후조사를통하여조사에실제로 응했는지확인할 수가 있고 또 어떻게답변했는지알 수 있었다. 따라서이러한 장치로 인해더욱성실한조사가보장된다.
공심위 회의에선 조사를 시행했던 지역에대해결과를발표하게된다.여론조사는늘복수의 기관에 맡긴 후 그 결과를 합산하여 발표되었다. 발표는 예를 들면 이러했다. “XX지역의 후보로 A예비후보 32.8%, B예비후보28.4%. 그래서 A예비후보가 최종 후보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방망이를 세번두드린다. 후보들 사이에희비가 엇갈린다. 이러한 조사가 한창 진행되었을 때, 필자는 규정에 있었던 10% 사후조사를 상기시켰다. 그 제안 직후 공심위의모든 행위는 중단되었다. 모든 것이얼어붙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문제를 논의하기위해최고위원회가열린다고 했다. 단지규정에 존재하는 것을 상기시켰을 뿐인데 공관위의업무 진행이중단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결국돌아온답은“여론조사심의위의부위원장이이를 요청할 권한이없다”는 것이었다. “규정에있는것을지키자고 했을뿐인데권한이없다고하면더이상공심위원을계속할수없다”고 말한 뒤, 공심위원을 사퇴했다. 물론기자들 앞에서한 얘기는 아니었다. 공심위원장에게말하고조용히나왔다. 여론조사가 공정하게설계되고실제로시행되었는지혹은조사한 후 조작된결과가 제시되는 것은 아닌지알수없다. 그당시여론조사에부정이있었다고말하는것은 아니다. 부정이있었는지검증시스템이 가동되어야 바른 조사가 될 가능성이크고이가능성을믿고예비후보들은 공관위발표에승복하게될 것이다. 조사기관 후보10개 중조사를시행하는두곳이어떻게선정되었는지, 실제로 조사가 있었는지, 어떤 설문으로 조사가 되었는지, 샘플링은 어떻게 했는지, 결과가 정확하게반영되었는지, 이모든것을 사후조사로 검증해보는 규정은 무시되었다. 그래서규정을 만들었던입장에서물러날수밖에없었다. 지금민주당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현재민주당 선관위에이런규정이나 있었을까? 어떤알지못하는조사기관이조사를 시행하고 또 누군가의압력에의해정해진 조사기관이아닌 곳이추가로 들어오고위원장은알지못하고그래서물러나고….
선관위직원에권한을묻다
사람들은 필자를 사회조사 전문가라 한다.사회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후 주로 사회조사방법론과 사회통계학을 가르쳤다. 그리고 사회학회임원을 하던 시절에 ‘사회조사분석사’라는 자격증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전국 사회학과에 ‘사회조사분석’이라는 과목을 개설하게하고교과목을이수하면시험을통해사회조사분석사 자격증을 따게 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관리하는 국가기술자격으로 만들었다. 이를 위해 SPSS라는 통계팩키지를 사용하여직접 실기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방안도 연구했다. 당시이를준비하는교수들과 함께
필자가 사회조사에 관한 국가자격시험을기획하고 만들었고 지난 30년간 수많은 조사를수행해 왔다. 교수직에있으면서또교수직에서물러난후에도꾸준히조사를 해왔다. 이얘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조사를 수행하면서느끼는국가기관의검열은조사 전문가로서의상상력을 옥죄고있고 이에대해수모를 느끼기때문이다.
지금은선거관련조사를하고결과를공표하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승인을 받은 후 조사를 실시해야 하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필자가 만든선거관련 조사의 설문도 당연히 심사 대상이되었다. 그런데최근에황당한일을 겪었다. 필자가 만든 설문이 심사과정에서 부당하다고수정요구를 받았었다. 한심한 생각이들었다.중앙선관위가 당연히해야 할일들은 하지않고하지말아야할일에는저렇게횡포를부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게다가 선관위가 승인 거부한 문항은 직접적으로 선거와관련이있는 것도 아니었다. 여러차례설문지의 승인이 거부되었다. 필자의 설문을 심사했던선관위직원은과연조사설계를해본경험이있을까? 사회조사방법론 책은 읽어봤을까?사회조사분석사 자격증은 있을까? 선관위직원이 설문지를 검열하고 문항 수정을 요구할자격을누가 부여했나?이런의문들이들었다.질문이 선거관련 문항이아님에도 그 문항이간접적으로 선거관련 문항에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순서상 선거관련문항들에대한답변을 끝내고 응답하는 것임에도 그의눈에는 필자가 편파적으로 보였나 보다. 아니라고하겠지만 특정정당을 도우려는 의도로 보였다. 결국조사를진행하기위해선관위의요구를받아들일수밖에없었다. 승인거부된설문의예를들면이런것이었다.
야당 대표가 정전 70주년을 맞아 “아무리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는 낫다”고했다. 그래서 ‘더러운 평화’와 ‘이기는 전쟁’에대해국민에게묻고 싶었다. 선관위는 이에민감하게반응했다. ’더러운 평화‘라는단어가아마이를언급한야당 대표를 부정적으로연상시킨다고생각했던것 같다. ‘이문항은선거와직접 관련이 없다’는 말에도 다른 문항에 영향을미칠수있다며허용하지않았다. 그래서‘희생이따르는이기는 전쟁’과 ‘희생이없는더러운 평화’라고 수정했으나 이또한 허용하지않았다. 결국 ‘전쟁 위험에직면했을때귀하는어느 것을 택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1. 전쟁을 해야 한다. 2. 평화를택해야 한다. 3. 잘모르겠다’로조사가실시되었다. 하나마나한 질문이었다.이뿐 아니다.역시선거와 직접관련이없는 질문이었다.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포기하더라도남북한이하나로 통일하는 것이더 중요하다.’라는 질문도 허용되지 않았다.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포기하더라도’라는 부분을 삭제하라는 제안이었다. 그래서정작제시한질문은 ‘남북한이하나로 통일하는 것이더 중요하다’로수정되어물었다.이역시하나마나한질문이되고 말았다. 대부분의여론조사 기관들은 경고나 불이익을 받아 영업에지장이있을까 하는 우려에선관위의지시를 따를 수밖에없을것이다. 그런데이런조사문항에대해심사하라는권한을누가 선관위직원에게주었을까?선관위직원의심사 능력에대한 검증은 누가하나? 적어도 사회조사방법론을 배우기나 했을까?
지금 중앙선관위는 거대한 공룡이되어조사를 통제하려 한다. 모름지기국가기관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존재해야 한다. 지금 중앙선관위는 부패로 오염되어 있다. 여러건의직원부정채용에대해수사를받고 있다. 권력을쥐면교만을부르고교만은 부패로이어지게마련이다. 성경말씀에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라했다.고쳐질것같지않아 걱정이다.
공천심사규정‘10%사후조사’상기시켰더니정당측,필자에“요청권한없다”부정이있었느냐가아닌부정검증하자는시스템언급한것뿐인데과민반응중앙선관위도도넘는문항통제로설문조사가하나마나한질문으로변질